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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9 캐나다 겨울 록키 #7 (Canadian Rockies in Winter #7)


캐나다 록키 겨울 여행 #7 
하얀 눈으로 덮인 겨울 왕국을 만나다




캐나다 록키는 사계절 내내 각기 다른 매력을 뽐냅니다. 저는 지금까지 다섯 번의 록키 여행 중 네 번을 여름에 방문했습니다. 늘 겨울 록키의 풍경이 궁금했지만, 눈 덮인 험한 산길을 운전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고민 끝에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혼자 록키를 다녀왔습니다. 지난 6회에 걸쳐 록키 여행기를 연재하며 겨울 풍경을 함께 다룰까도 생각했지만, 겨울만의 독보적인 분위기를 온전히 전하고 싶어 이렇게 마지막 회차로 따로 준비했습니다.

이번 여행 3박 4일 일정 중 이틀은 이동하는 데 시간을 보냈고, 실제 관광은 이틀뿐이라 제한된 장소만 둘러본 아쉬움은 남습니다. 하지만 그토록 바라던 겨울 록키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지금부터 여행사 일정대로 제가 만난 겨울 록키의 명소 여섯 곳을 사진으로 전해드립니다. 각 장소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이전 포스팅(1~6회)을 참고해 주세요.


밴쿠버에서 록키까지는 날씨가 좋아도 하루 만에 닿기엔 꽤 먼 거리입니다. 저희 일행은 무리하지 않고 중간 지점인 레벨스톡(Revelstoke)에서 하룻밤을 머물렀습니다. 다행히 오가는 길에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교통 정체나 사고 없이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패키지 여행이라 직접 운전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록키의 황홀한 설경을 온전히 감상하며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산비탈에서 눈사태가 발생했을 때, 쏟아지는 눈이 도로를 덮치지 않고 터널 지붕 위로 그냥 흘러내려 가게 설계된 인공 구조물 스노우셰드(Snowshed)입니다. 덕분에 거대한 눈더미가 쏟아져도 도로는 안전하게 보호됩니다. 가이드의 설명이 없었다면 일반 터널로 생각하고 무심코 지나쳤을 것이었지만, 한쪽 면이 뚫려 있거나 산의 경사와 이어져 있는 특별한 콘크리트 구조물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한참을 달리다 가이드께서 더 황당한(?) 이야기를 하네요. 일부러 눈사태를 일으키기 위해 포(Cannon)를 쏜다고요. 눈이 너무 많이 쌓여 자연적으로 크게 무너져 내리기 전에, 사람이 인위적으로 작은 눈사태를 일으켜 위험 요소를 미리 제거하는 아발란치 컨트롤(Avalanche Control) 작업을 말합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오직 거대한 자연을 품은 록키이기에 볼 수 있는 진풍경이었습니다.






여행을 시작한 지 어느덧 하루 반이 지난 둘째 날 정오쯤, 드디어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에메랄드빛 물결이 넘실대던 예전의 모습과는 달리, 호수물이 흘러나가는 좁은 입구에만 가느다란 물줄기가 보일 뿐 호수 전체가 꽁꽁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얼어붙은 호수 앞에 당당히 서 있는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 호텔은 계절에 상관없이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변함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겨울이 되면 거대한 호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연 스케이트장으로 변신합니다. 호수 한가운데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얼음 궁전(Ice Castle)이 세워져 축제 분위기를 한층 돋우고, 사람들은 그 주변에서 스케이트와 스키를 타며 겨울의 낭만을 만끽합니다. 특히 호수 한편에서 가족끼리 편을 나누어 아이스하키를 즐기는 모습은 캐나다인들의 남다른 하키 사랑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는 정겨운 풍경이었습니다.




스케이트나 스키, 하키 같은 활동들이 저에게는 모두 생소한 것들입니다. 대신 제가 선택한, 레이크 루이스의 겨울을 온전히 체험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은 바로 마차(Sleigh Ride)를 타는 것이었습니다. 딸랑거리는 마차 종소리와 달칵거리는 말발굽 소리를 들으며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 호텔 앞에서 출발하여, 호숫가를 따라 빅토리아 빙하(Victoria Glacier) 아래까지 왕복하는 마차 투어는 차가운 겨울 공기마저 따뜻한 낭만으로 바꾸어 놓기에 충분했습니다.




밴프 시내 근처의 보우 강(Bow River)에 도착했습니다. 12월 23일, 한겨울의 록키라 몹시 추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날씨가 온화해 놀랐습니다. 강 전체가 꽁꽁 얼어붙었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물줄기가 여전히 흐르고 있었고, 산과 나무 위에 소복이 쌓인 눈이나 강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상상했던 겨울 왕국과는 조금 달랐지만, 그 자체로 밴프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한 기분이었습니다.




곤돌라를 타고 오른 정상, 오늘도 어김없이 쾌청한 하늘이 나를 맞이합니다. 여행의 매 순간 좋은 날씨를 허락해 주시는 것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큰 축복임을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됩니다. 발아래 펼쳐진 밴프 시가지 위로 겨울의 정취가 차갑지만 선명하게 내려앉아 있습니다.






설퍼 산(Sulphur Mountain)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눈으로 덮인 거대한 봉우리들이 겹겹이 이어지고, 그 아래로 깊은 계곡과 호수가 고요히 누워 있습니다. 겨울빛을 머금은 Rocky Mountains의 장대한 능선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을 줄 알았는데, 거대한 바위산과 푸른 침엽수림은 제 색을 잃지 않은 채 묵직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설퍼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이 압도적인 '민낯'이 진정한 겨울 록키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네요.





우리나라 산의 화려한 눈꽃 대신, 렌즈에는 록키 본연의 묵직한 웅장함이 가득 담겼습니다. 깎아지른 바위산과 짙은 숲의 민낯 위로 분홍빛 노을이 내려앉으니 차가운 설경 속에 포근한 온기가 번져 나갑니다. 기대했던 풍경보다 훨씬 깊고 위대한 겨울의 색채를 마주한 순간이었습니다.








벌써 여행 3일째, 빙하를 더 가깝게 보기 위해 헬리콥터를 타고 창공으로 올랐습니다. 하늘에서 마주한 록키는 거대한 조각 작품 그 자체였습니다. 헬기 창 너머로 손에 잡힐 듯 다가오는 날카로운 바위 능선과 그 위로 흐르는 구름을 보니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절로 샘솟습니다. 헬리콥터 프로펠러 소리만 아니면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저 높은 곳의 고요한 숨결이 들릴 것만 같았습니다.


Tip : 로키 산맥 헬기 투어의 대명사인 알파인 헬리콥터(Alpine Helicopters)에 대한 정보
  • 주소: 91 Bow Valley Trl, Canmore, AB
  • 연락처: 403-678-4802
  • 투어 코스 및 가격:
    • Three Sisters Peaks 코스; 약 $300 ~
  • 비행 시간 : 약 20분





때로는 강변을, 때로는 단단하게 얼어붙은 강 위를 가로지르며 록키의 겨울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은반 위를 달리는 스케이터처럼 이 천연 스케이트장을 마음껏 누비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흰 뭉게구름, 그리고 나를 굽어보는 거대한 설산이 비로소 내가 록키의 품에 있음을 실감 나게 합니다.





눈으로 덮인 미끄러운 길을 조심스레 달려 에메랄드 호수(Emerald Lake) 주차장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성수기에는 주차장은 물론 진입로까지 가득 메웠을 차들이, 오늘은 몇 대만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새하얀 설경 속으로 한 걸음씩 들어서는 순간, 입구에서부터 이미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에메랄드 호수(Emerald Lake)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경이로운 설경이 펼쳐졌습니다. 푸른 하늘 위 뭉게구름 사이로 거대한 바위산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그 아래 수많은 나무는 소복이 쌓인 눈을 이고 침묵하듯 서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마주하기 힘든 이 압도적인 스케일의 겨울 풍경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될 만큼 고요하고 평화로웠습니다. 




여름날 보석 같은 빛깔로 여행자를 유혹하던 에메랄드 호수가 겨울을 맞아 온통 순백의 세상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활기차게 카누와 카약을 빌려주던 보트 하우스(Boat House)는 어느덧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스노슈잉 장비 대여점으로 바뀌었네요. 

여름철 호수 위를 수놓던 그 많던 카약과 사람들의 활기는 간데없고, 꽁꽁 얼어붙은 빙판 위에는 스키어 한 명 보이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그 광활한 설원 속에서 제가 오롯이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세상의 소음이 멈춘 듯한 지독한 고요함과 평화로움뿐이었습니다.





에메랄드 호수에서 이번 겨울 록키 여행의 '베스트 샷'을 남겼습니다. 겸손하고 싶지만, 결과물을 보니 정말 작품 사진 같아 자꾸만 자랑하고 싶어지네요.

사실 무릎까지 쌓인 눈길을 헤치고 호수 한복판까지 걸어 들어가 촬영할 생각은 엄두도 못 냈습니다. 하지만 여행 가이드님의 강력한 권유 덕분에 용기를 내어 포토 스팟에 섰습니다. 가이드님이 추천한 포토 스팟의 완벽한 구도 덕분에, 제 생애 가장 아끼고 싶은 겨울 록키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이 사진, 감히 제 인생의 '작품 사진'이라 말하고 싶은데 여러분이 보시기엔 어떤가요? 제가 너무 제 작품에 취해 과장하는 건 아니겠죠? (ㅎㅎ) 다시 한번 외쳐봅니다. "땡큐, 가이드님!"


[에필로그] 다섯 번의 만남, 7편의 기록을 마치며
다섯 번에 걸친 캐나다 록키 여행의 조각들을 7회에 걸쳐 정리해 보았습니다. 글을 정리하다 보니 여행 당시 미처 발견하지 못한 풍경들이 뒤늦게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조금만 더 멀리, 조금만 더 여유 있게 걸어볼 걸' 하는 아쉬움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제한된 시간과 비용 탓에 마음껏 누리지 못한 미련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하지만 문득 돌아보니,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버킷리스트인 록키 여행을 다섯 번이나 마주할 수 있었음은 제게 너무나 큰 축복이자 은혜였습니다. 소박하지만 진심을 담아 써 내려간 저의 이 기록들이, 캐나다 록키 여행을 꿈꾸는 분들에게 작은 길잡이가 되고 따뜻한 설렘으로 닿기를 소망합니다.



🏔️ 캐나다 록키 여행 전 코스 한눈에 보기
[1회] 록키의 시작과 빙하 체험
  • 콜럼비아 아이스필드 스카이워크 (Skywalk)
  • 설상차 투어 (Ice Explorer) 
[2회] 재스퍼 국립공원의 보석들
  • 말린 호수 (Maligne Lake)
  • 메디슨 호수 (Medicine Lake)
  • 말린 협곡 (Maligne Canyon)
  • 피라미드 호수 (Pyramid Lake)
[3회] 아이스필드 파크웨이(재스퍼에서 사스카추완까지)
  • 애써베스카 폭포 & 선왑타 폭포
  • 허니문 호수 & 벅 호수
  • 컬럼비아 빙원 재방문
  • 팬더 폭포 & 베일 폭포
[4회] 아이스필드 파크웨이(사스카추완에서 밴프까지)
  • 미스타야 협곡 & 워터파울 호수
  • 페이토 호수 (Peyto Lake
  • 보우 호수 & 크로우풋 빙하
  • 존스톤 협곡 (Johnston Canyon)
[5회] 록키의 하이라이트, 호수 투어
  • 타카카우 폭포 & 내추럴 브리지
  • 에메랄드 호수 (Emerald Lake)
  • 모레인 호수 (Moraine Lake) 
  • 레이크 루이스 (Lake Louise)
[6회] 밴프 국립공원의 낭만
  • 밴프 곤돌라 & 설퍼산 전망
  • 페어몬트 밴프 스프링스 호텔
  • 보우 폭포 & 캐스케이드 정원
  • 밴프 애비뉴 (Banff Avenue) 산책
[7회] 겨울 록키: 순백의 풍경 속으로
  • 얼어붙은 레이크 루이스와 낭만 마차 투어
  • 겨울 보우 강의 고요함
  • 설퍼산의 눈부신 설경
  • 에메랄드 호수에서 만난 인생 사진 (작품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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